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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일기쓰기

재형저축 (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의 불편한 진실

by Thdnice 201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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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만에 부활한 재형저축

  '재형저축' 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금융상품이 18년만에 부활해서 각 은행마다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는 기사가 연일 포털사이트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이라는 이 금융상품은 대체 다른 저축과 뭐가 다르길래, 이렇게 재형저축, 재형저축 하고 떠드는 것인가. 


  기사에 따르면, 판매개시 몇 일만에 50만계좌가 판매 되었다는 둥, 문정성시로 은행업무가 마비될정도라고 하는데, 과연 어떤점이 그렇게 매력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또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일까?


  일단 재형저축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장 큰 특징은, 가입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서민의 재산형성을 돕는다는 취지의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 혹은 3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만 가입이 가능하다. 이를 증빙하는 서류를 관련 세무서 혹은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발급을 받아 은행에 가서 접수를 해야만 재형저축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또한 2015년 이전에 가입하고, 납입 완료하였을 경우 농어촌 특별세를 제외한 이자소득세와 그 외지방세를 면제 받게된다. 물론 완납을 하지 못하고 중도에 해지하게 되면 감면 받은 만큼에 대한 세금을 다시 내야한다.


  수익률은 비교적 높은 4%정도에 은행마다 어느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자세한 금리는 다음의 표를 참고하면 된다.



각 은행마다 우대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제시하는 조건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을 한뒤 가입을 하는 것이 좋다.



  기준금리가 2% 내외인 현재 4%정도 금리면 상당히 높은 금리인데, 금리의 경우 처음 3년은 은행마다 제시하는 확정금리(고정)이고 3년이후 고시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동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제로금리가 유지되는 현 경제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3년이후 변동금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금리는 최대(Maximum) 4.5% 정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하면 실질 체감 금리는 약 4%후반에서 5%정도로 상당히 높게 느껴지는 금융상품이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가 폭발할 정도는..

  그러나 다른 금융상품에 대해서 폭발적으로 인기가 많은 점에 대해선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 서민들의 재산형성을 돕기위해 나온 비과세 상품이라는게 가장 큰 특징인데, 실제로는 7년을 꼼짝없이 돈이 묶이게 되기 때문에, 늘어나는 가계부채의 빚조차 감당하기 힘든 "서민"이 여윳돈을 꼬박 꼬박 납입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중간에 집을 옮기거나, 자녀가 결혼하는등 목돈이 급히 필요하게 될 경우 해지를 하면 이자소득의 감면세액을 고스란히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7년 납입시 비과세의 매력이 사실 그리 크지 않다고 보인다.


  게다가 앞에서도 언급했듯, 7년간 납입되는 동안 평균 4.5%에 달하는 금리가 계속 유지된다고 기대하기도 힘들다. 기준금리가 바닥을 밑도는 현 상황에서 3년이 지난뒤 변동되는 금리가 지금과 같이 높게 유지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은행으로서도 이런 고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마진(즉 상품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이미 여러 전문가에 의해서 지적이 되고 있는 만큼  상품 판매 4년 이후부터의 금리가 지금과 같은 수준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재형저축"의 실체는 좀 더 오래 계약을 하는 대신 이자소득세를 감면받는 조금 더 높은 금리의 적금과 다를 것이 없다. 즉, 자신이 이미 만족하는 수준의 정기 적금, 혹은 정기 예금과 같은 금융상품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면 굳이 기존의 금융상품을 해지하고 재형저축을 만들 필요가 없다. 주택종합청약처럼 금리 외에 다른 인센티브(청약순위라던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2015년까지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재형저축 러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이상한 현상은, 모든 은행에서 동시에 상품을 내놓은는데다, 금리 수준도 비슷하기 때문에, 모든 은행에서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기 때문으로 보이다. 게다가 은행의 판촉뿐 아니라 매스컴에서도 재형저축에 보이는 관심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형저축에 가입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형저축의 실체는 거품..

  과거 우리나라 격동의 성장기에는, 기업들이 가파르게 성정하던 시기였고, 할 일을 많은데, 돈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에 정부의 선택은 소비자의 생활의 질을 희생해서라도 강제 저축을 하게 하고, 이것을 기업들 자금난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빠르게 상승하는 경제의 격동기인 1970년대에 발표된 공익광고들만 보더라도 "저축은 좋은일이고 소비는 나쁜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존재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절약을 하게 하는 운동을 강요한 결과 정부의 재정투자를 해서 금리혜택을 주는 상품이 많이 생겨났고, 그중 일환으로 재형저축이 생긴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이분법적 사고만으로는 지금의 복잡한 경제난을 해소할 수 없다. 차라리 이 돈으로 소비를 장려하고 기업매출이 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돈이 금융기관 안에 쌓여있으면, 경제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재형저축이 가계부채 감소에 효율율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보기에는 이를 뒷받침할 준거가 턱없이 부족하다. 가계부체를 줄이려면 차라리 이런 정책을 지원할 돈을 좀더 집중해서 하우스 푸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결국 재형저축도 "어느정도 여윳돈이 있는 서민"들이 재산 형성을 위한 한 가지 방편일 뿐이지. 목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이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재형저축보다 적립식 펀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주 거래 은행에서 특별상품으로 내놓는 (ex, 우리은행 매직 7저축같은 경우 우대금리 조건을 만족할 경우 금리가 7%)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다. 재형저축을 한다고 해서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볼 일도 없다. 자신이 가까운 미래에 자녀의 대학진학, 혹은 결혼, 주택마련같은 목돈이 필요한 일이 없다면, "재형저축"도 좋은 옵션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곰곰히 생각해보고 자신의 여윳돈을 굴리는 게 중요하다. 산을 오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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