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2/3의 커피가 미국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당장 유럽은 차/ 미국은 커피 라고 인식하게 되는 "보스턴 차 사건" 이 세계사의 단골 문제로 나올만큼 유명하고 (사실 커피냐 차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식민지에 대한 과도한 착취에 대한 피식민지의 반란이지만), 당장 '스타벅스'니 '블루보틀'이니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브랜드의 절반이상이 미국 회사다.
그런만큼 미국에 왔을 때 커피에 대한 환상이 컷다. 미국 아마존에서 제일 먼저 구입한 게 밥솥과 더불어 커피 드립 셋트였다.

하지만 커피는 의외로 실망이 컷다. 여러 커피샵을 가보아도 생각만큼 커피가 맛있지 않다. 아니 맛있고 맛이 없고를 떠나서 너무 쓰다.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되게 쓴 커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 미국본토에서 스타벅스는 그리 쓴 편도 아니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에 비해 수십배 크고, 서부, 남부, 동부에 다라 굉장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단편적인 지식을 일반화 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에서는 쓴 커피가 유행하는지 정도에 대한 단상정도로 참고하면 좋겠다.
커피의 쓴 맛은 배전(로스팅)과 관련이 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원두를 오래 볶을 수록 쓴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보통은 아래의 단계로 구분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약배전한 원두에서는 신맛과 산뜻하고 가벼운 느낌이, 강배전으로 갈수록 쓴맛과 고소하고 무거운 느낌이 난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강배전으로 갈 수록 원두 자체의 특징은 점점 희미해지고, 점점 커피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탄맛에 가까운 쓴맛이 난다.
사실 그 이유가 1차 크랙(첫번째로 원두가 쪼개지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리는 로스팅 정도, ~ 약배전)까지는 주로 생두의 클로로겐산을 날려버리는 데 목적이 있기때문에, 일정부분의 수분을 날리는 게 목적이다. 실제로 실험에 의하면, 실제로 1차 크랙까지의 로스팅을 진행하는 거랑, 그냥 과일 건조기에 원두를 넣고 바싹 말리는 거랑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
1차 크랙에서 2차 크랙까지는 대부분 당의 탄화이다. 대부분의 열매에는 다당류(~탄수화물)이 전분의 형태로 포함되어 있고, 이게 탄화되면서 카라멜라이즈 반응이 일어난다. (커피가 어두운 색이 되는 이유) 따라서 미세하지만 단맛이 느껴지는 단계가 이 단계이며 보통 신맛, 단만, 쓴맛이 모두 느껴지기에 밸런스가 잡히고 바디감이 생긴다고 표현한다.
이를 넘어가는 2차 크랙부터는 거의 커피 에센스를 추출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표면이 반짝거릴 정도로 오일이 생기고, 쓴맛이 극대화된다. 그리고 보통 이단계에서 부터는 품종의 구별이 불가능해진다. (그저 탄맛에 가까운 쓴맛으로 통일, 산미와 단맛은 거의 사라짐)
그럼 미국의 커피가 쓰다는 말은 미국은 강배전을 많이 한다. 정도로 다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미국인 들은 왜 강배전을 좋아할까?
그중 가장 큰 이유를 찾다가 최근에 알게 된 사살은 "미국인들은 의외로 아메리카노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놀랍다. 이름자체가 미국식 커피인 "아메리카노" 인데 정작 아메리칸들에게는 그다지 자주 마시는 커피가 아니라니...
미국에서 가장 흔한 커피는 단연코 드립커피다. (drop coffee maker + single-serve pod)

아 여기서 말하는 드립커피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Hand drip 커피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버에 드리퍼를 올리고, 필터를 깐 뒤에 원두를 갈아 주전자로 원을 그리면서 추출하는" 핸드드립 커피는 미국에서는 "푸어-오버(Pour over)" 라고 보통 부른다. 미국에서 말하는 드립커피는 흔히 커피메이커 라고 부르는 드립형 커피머신(보통 배치 브루 머신이라고 부른다)을 통해 오랫동안 달달 끓여진 커피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아래와 같은 식당에 주인공이 앉아있으면, 유니폼을 입은 여성 웨이터가 커피 더 드릴까요? 하면서 물어보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그럴 때 주는 커피가 드립 커피다. 꼭 아래와 같은 식당이 아니더라도 도넛 가게, 와플 하우스, 휴게소, Loading, Rest Area, Lounge 등에 제일 많이 보이는게 드립 커피다.

이런 커피의 특징은 미리 만들어둔 커피라는 점이다. 언제 이 커피를 마시게 될지 몰라 밑에서는 워머(Warmmer)가 계속 커피를 뎁히고 있으니, 애초에 향이니 산미니 하는 것들이 남아 있을 리가 없다. 30분만에 식은 커피를 다시 뎁히기만 해도 커피향이 많이 소실된다고 하는데, 몇시간이고 계속 끓이고 있는 커피에서 향을 느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 베리에이션이 발달했으며, 특히 그중에서도 우유 (또는 두유/아몬드유)를 부어서 먹는 카페라테 스타일의 커피가 대중적이다. 왠만한 커피 스테이션에서는 기본적으로 크림/우유/시럽을 제공하고, 심지어 아메리카노를 시키면, 거기에 크림/우유를 넣어줄까요? 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애초에 향은 없고 쓴맛만 남은 커피니 우유와 시럽을 첨가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커피를 스트레이트로 먹을 때에 비해서, 각종 첨가물을 추가한 베리에이션 커피를 먹는다면 부재료의 맛을 이길 수 있도록 강배전한 커피(원두의 품종보다는, 커피 고유의 특색을 살린)가 유리하다.
그럼 왜 미국은 드립커피가 유행하게 되었을까? 너무 당연하다, 미국에서 좀 만, 아니 단 한달이라도 살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커피는 기호품이 아니라 그냥 필수품이다. 모닝커피를 포함해서 정해진 시간마다 커피를 즐기는 건 물론이고, 뭔가 일을 하다 피치를 올리고 싶을 때, 일이 잘 안풀릴 때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보니 커피 소비량이 세계 1위다. 물론 이를 인구 1인당으로, 그리고 커피콩이 아니라 커피 잔수로 환산하면 에스프레소 (또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한국이나 유럽국가 높은 등수가 나오게 되지만 그냥 단순 비교를 소비량만을 보면 브라질과 더불어서 부동의 1위다. (출처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

많이 마신다는 느낌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기호품으로써 커피가 선호되고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느낌인데, 미국은 약간 당연히 커피를 마셔야지. 라는 느낌에 가깝다. 마치 목이 칼칼하면 응당 목켄디를 먹고, 운전중에 졸음이 온다면 자일리톨 껌을 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언제든 내가 원할 때 커피가 쥐어져야 한다. 지금 커피가 필요하다면 '금방 내려줄게'가 아니라 '커피 여기 있어' 라는 느낌이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드립커피가 유행하고, 그러니 강배전 원두가 선호된다.
물론 미국에도 기호품으로써 커피를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통 그런 곳은 Coffee matter 같은 구호와 함께,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본 대부분의 스페셜티 커피 (다른 드립커피용 보다는 괜찮지만) 필요이상으로 과하게 로스팅이 된 경우가 많았다. 물론 미국에는 수도 없이 많은 로스터리가 있을테고, 그중에는 그렇지 않은 로스터리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로스팅 단계가 마치 2칸정도 영점조절이 벗어난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French를 넘어 Italian Roast 라고 불릴만한 원두가 미듐 로스트라고 팔린다. (실제로 코스트코 PB 상품인 커크랜드 미듐 로스트 원두는 거의 숯덩이에 가까울 정도로 까맣다).
그러다 보니 미국 커피는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