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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과 잉크

만년필/잉크 - 몽블랑 미드나잇 블루

by Thdnice 201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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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의 왕도 - 블루블랙 잉크


  당연한거지만 세월이 지나가면서 사물은 변한다. 잉크도 그러하다. 특히 습도에 노출되거나, 강한 햇볕에 노출되면 더욱더 빠르게 색이 변하게 되는데, 특히 염료 잉크, 즉 물에 녹여서 사용하는 전통적인 수성잉크들은 이게 더 심하다. 그래서 만년필로 작성한 오래된 공책을 보면, 색이 바랗거나, 혹은 아예 희미할정도로 글씨가 날라가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문서보존용 잉크(안료 잉크)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보통 산화철 성분(Iron-Gall)을 나노단위로 곱게 갈아서 같이 넣는다. 그러나 이런 몰식자 방식의 잉크 그 자체로는 색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안료와 염료를 혼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청색의 염료를 보조로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문서보존용 잉크는 일반적으로 "블루블랙"의 색을 띄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종의 역사 때문에, "블루블랙 잉크" 라고 함은 단순히 진한 청색의 잉크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내수성과 내광성이 뛰어나서 오랫동안 지워지거나 변질되지 않는 잉크라는 뜻으로 사용되었고, 그래서 과거 워드프로세서같은 기계가 보급되기 전의 공문서들은 블루블랙 잉크로 작성하는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몰식자계잉크는 당연히 수성염료계잉크에 비해서 산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점도또한 높아서 쉽게 만년필을 부식시키고, 잉크의 통로라고 할 수 있는 피드를 막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세척도 자주 해주어야 하고 보다 세심한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색깔만 "블루블랙"인 염료계 잉크도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몰식자철(Iron-Gall)이 포함된 잉크의 경우 따로 "보존용" 이라던가 "Iron-Gall", "Permanent", "Pigment" 등의 문구를 따로 적어서 표시하고 있다. 






안료형/염료형 잉크의 차이



  예를들어 몽블랑의 블루블랙의 경우 정식 명칭은 "몽블랑 미드나잇 블루"인데 2013년 까지는 블루블랙이 문서보존용으로 몰식자철을 함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에 다시 리비젼이 되면서, 색은 그대로 블루블랙이지만 염료계잉크로 바뀌었고, 대신 문서보존용으로 Permanent 잉크가 따로 나오게 되었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면 신형잉크 (위 : 모델 109204 )의 경우 별다른 주의 문구가 없지만, 아래의 구형 잉크의 경우 (아래 : 모델 105194)의 경우 "영구 서류용" (Permanent for documents) 이라고 적혀있다.



 






왜 미드나잇 블루인가



  

  또한 한국에서는 문서는 검정색으로 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법원 법률정보 시스템을 조회해보면 한국에서 공문서의 작성은 "청색" 또는 "흑색"으로 작성하도록 되어있다. 즉 문서 전체를 푸른색으로 작성해도 아무문제가 없다! 게다가 서명의 경우에는 오히려 위/변조를 막기 위해서 푸른색 잉크로 서명하는게 권장되고있다. 특히 외교문서나 원본만이 법적효력을 가지는 경우 (예를들어 비자등에 관련된 경우) 반드시 기관장의 서명을 푸른색으로 할 것이 권장된다. (I-20, DS-2019 등등)



  다만, 워터맨 블루블랙이나, 제이허빈의 깊은 청색의 경우는 사실 서명이나 중요한 문서에 쓰기에는 너무 밝에 파랗기 때문에, 그보다는 조금 더 어두운(점잖은) 색을 찾을 필요가 있었는데, 펠리칸의 에델슈타인 탄자나이트(펠리칸 4001의 블루나이트는 안료계 보존잉크이다)와 몽블랑의 미드나잇 블루, 그리고 이로시즈쿠의 월야 정도가 물망에 올랐었다. 이들은 모두 염료계 잉크로 주력으로 사용해도 흐름이나 점성이 부담없고, 또한 만년필에 무리도 크게 가지 않기 때문에 치열하게 고민했는데.. 결국 가장 검은색에 가까운 미드나잇블루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만년필 잉크의 복잡미묘한 색을 사진찍어서 올린다고 그대로 볼 수 있는게 아니기에(사진의 화이트 밸런스라던가, 보는 사람의 모니터 상태에 따라서 매번 다르게 보일테니..) 시필 사진을 올리는게 의미없겠지만, 그래도 보면 블랙(펠리칸 4001 블랙)에 비해서 확실히 푸른색이 돌지만, 서명이나 필기를 하는데 어색할 정도는 아니다.

  몽블랑 잉크의 특성상 당연히 점성이 쫀쫀해 흐름은 절제되는 편이고, 따라서 만년필 특유의 농담이나 번짐은 적은 편이다. 전반적으로 단정하고 얌전한 편이라고 할까.. 학생 필기보다는, 비지니스 문서나 서명에 더 어울리는 잉크랄까.. 제이허빈처럼 거의 물에 가까운 잉크를 써본 사람에게는 좀 적응이 힘들 지 도 모르겠다. 따라서 왠만큼 길이 잘 들지 않은 만년필이라면, 주로 서양브랜드의 F닙 이상의 펜에서 사용이 권장된다. (일본의 세필용 만년필에서는 종이를 긁는 느낌이 난다.)

  몽블랑의 경우 잉크가 대용량이기 때문에 (통상 60ml) 아주 필기가 많은 사람, 혹은 켈리그라피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거의 한 통에 2~3년은 쓴다고 볼 수 있다. (컨버터 1회 충전에 대략 0.5ml정도고, 한번 컨버터충전으로 F닙의 경우 500m정도 선을 그을 수 있다는걸 감안하면...)

  비록 다른 잉크에 비해서, 다소 비싼 잉크기는 해도, 2년에 몇천원 더 들여서 좋은 잉크 쓰는게 크게 사치는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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