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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과 잉크

만년필 입문

by Thdnice 2016.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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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입문하기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만년필을 사용한다는건 상당한 귀찮음과 수고를 동반하는 일이다. 만년필을 오래 사용해본 사람 치고 손에 잉크 범벅을 안해본 사람 없고, 결정적인 순간에 잉크가 터져서 필통(심지어는 가방까지) 잉크가 묻어 난처해진 적도 다들 겪어봤을 것이다. 필요한 순간에 잉크가 딱 떨어지거나, 아무생각 없이 잡은 피드에서 피처럼 붉은 잉크가 줄줄 새서 다른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무심코 펜좀 빌려달라고 한 말에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쫌생이" 라는 오명을 쓰게 될 수 도 있다.(만년필은 사용자의 필압에 따라 연마되어 가므로 흔히 길이 잘든 만년필을 다른사람에게 빌려주면 쉽게 고장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아마도 주로 선물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년필을 구하게 되었고, 이제부터 그것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면, 그건 당신으로 하여금 나만의 만년필과 더불어 필기보다 타자가 더 편하고 익숙해진 21세기의 디지털 시대에, 그나마 남은 글을 쓰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주의할 점


  만년필을 처음 쓴다면, 아마 생각보다 묽은 잉크와 두꺼운 선에 놀랄지도 모른다. 특히 중성펜, 그리고 하이테크-C와 같은 세필용 펜을 써왔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만약 당신이 처음 만년필을 쓴 그 종이가 충분히 촘촘한 조직을 가지지 않은 갱지와 같은 종이라면 선을 귿자마자 종이의 조직을 따라 번져나가는 글자에 당혹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래의 사항을 주의하자


  •   기본적으로 만년필 잉크는 "수성" 잉크이다. 즉 물에 염료를 타서 만들어진 잉크이므로 물에 약하고 쉽게 지워진다. 만년필로 쓴 글자들은 잉크가 마르기 전에 쉽게 지워지기도 하지만, 심지어 잉크가 마른 뒤에라고 하더라도 땀이나 수분에 의해서 잘 번지므로 조심해야한다. 

  •   만년필의 잉크가 수성인 이유는, 만년필을 오래오래 잘 쓰기 위해서이다. 만년필의 특성상 잉크를 빨아올려 촉에게 전달하는 피드는 미세한 모세혈관과 같이 이루어져있고 이부분이 막히면 만년필이 고장난다. 따라서 물과 같이 묽은 잉크일수록 "안전성"이 높은 잉크라고 칭하며, 보통 메이커별로 주력으로 사용되는 잉크들이 이러하다. 

  •   물론 만년필에도 안료를 섞은 잉크들도 있기는 하다. 이들은 위에 있는 만년필보다 보존성이 뛰어나지만, 그만큼 만년필을 고장내게 할 위험도가 크다. 이런잉크들은 보통 (보존용, 철-갈륨, 안료..)등등의 문구가 따로 표시되며, 적어도 매달 1번씩 만년필을 물에 세척할것을 권장한다.

  •   위와 같은 특징 때문에, 만년필의 잉크는 바로 썻을 때 직후와, 잉크가 마르고 나서(수분이 증발하고 나서)의 색이 다른경우가 많다. 보통 색이 좀 더 진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   후드닙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픈되어있는(일반적으로 우리가 만년필하면 알고 있는) 촉의 경우 3~4분이면 촉에 있는 잉크가 다 마른다. 따라서 수분간 필기를 중단하는 경우에는 밀폐성이 보장되는 뚜껑으로 덮어둬야 한다. 

  •   피드에 저장되어 있는 잉크는 언제고 방울져서 떨어져 내릴 수 있다는걸 명심하고, 압력의 변화, 충격, 급격한 기온차에 조심해야한다. 이렇게 방울진 잉크는 뚜껑을 뽑는순가 사방으로 튀어서 옷과 손을 더럽힐 수 있다.

  •  따라서 만년필은 가급적 촉이 위를 향하게 하여 (피드에 필요이상의 잉크가 공급되지 않도록) 보관하는게 좋다. 물론 각 브랜드의 상위 제품일수록 압력과 기온의 변화에도 피드에 공급되는 잉크가 일정하도록 설계를 했지만, 그래도 불상사는 언제 터질지 모른다.

  •  잉크는 가급적 자주 바꾸지 않는게 좋다. 또한 잉크를 바꿀 때에는 반드시 세척을 해서 바꾸기 전 잉크와 바꾸고 난 뒤의 잉크가 섞이지 않도록 한다. (서로 다른 잉크가 다른 산 농도(pH)에 따라 산-염기 반응을 일으키면, 남은 염기물이 피드를 막을 수 있다.)

  •  만년필은 공(ball)이 굴러가며 잉크를 묻히는 방식이 아니라, 펜촉에 맺힌 잉크가 종이섬유에 옮겨가는 방식이므로 굳이 힘을 줘서 공을 굴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만년필을 사용할 때에는 가급적 힘을 빼고(필압을 낮추고) 사용해야 한다. 

  •  만년필의 잉크 충전은 어떠한 방법으로 해도 상관없다. 카트리지를 교환해도 되고, 컨버터를 장착한뒤에 닙을 담가서 해도 되고, 컨버터나 카트리지등에 주사기로 잉크를 충전해도 된다. 결국에 잉크가 촉에 전달되는 과정만 동일하면 되므로, 다만 주사기를 사용할 때에는 주사기 피스톤에 발려진 윤활성분이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세척을 충분히 한 뒤에 사용해야 한다.





알면 알 수록


  위와같은 여러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은 알 면 알수록 매력적인 필기구다. 관리도 사실 몇번 하다보면 어렵지 않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으며, 먹을 갈며 생각을 정리하던 것과 비슷하게, 만년필에 잉크를 충전하고, 닦으면서 글을 쓰기전 자신의 생각을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다. 

  

  게다가 만년필은 비싸다는 편견과 다르게, 몇 천원 하지 않는 만년필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중국 브랜드까지 생각하면, 왠만한 고급 볼펜보다도 가성비가 좋은게 만년필이다. 


  물론 알면 알 수록, 만년필 뿐 아니라, 잉크와 종이욕심까지 생기는게 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필기구가 나에게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생각하면 그정도는 기꺼이 지불할만한 대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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